군산대학교 정균승 교수...비 오는 날의 풍경
이영노 | 입력 : 2021/08/21 [10:02]
<비 오는 날의 풍경>
군산대학교 정균승 경제학 교수
비는 계절의 전령사다.
철이 바뀔 무렵이 되면 언제나 비가 먼저 소식을 전한다.
또 계절이 바뀌려나 보다.
초록빛 나뭇잎들 사이로 어느새 가을 냄새가 풍겨온다.
대추열매가 가을 내음을 머금고 있다.
이 비 그치면 능금에 한껏 물이 오를 것이다.
가을빛이 서린 비가 앞산을 촉촉히 적신다.
안개가 아득히 번지며 세상에 희뿌연 물감을 풀어놓는다.
거기 내 젊은 날의 추억이 실루엣처럼 가물거린다.
처마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빗방울들이 애처롭다.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 세상이 야속하다는 듯 방울방울 눈물처럼 맺혀 있다.
빗소리가 바람결에 살랑인다.
알 수 없는 서러움에 눈물 흘릴까봐 바람이 가만히 손을 잡아준다.
마음이 차분하고 고요하다.
가을 바람이 산자락을 타고 넘어와 여름내 지친 심신을 위무한다.
굳게 닫힌 마음의 문틈 사이로 그리움의 비가 스며든다.
깊은 침묵이 메마른 내 영혼에도 단비를 내려준다.
속옷이 흠뻑 젖도록 이 비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싶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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