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인사권 시험대

이영노 | 기사입력 2014/05/13 [13:53]

박근혜정부의 인사권 시험대

이영노 | 입력 : 2014/05/13 [13:53]

<기고> 전  대  열 (전북대 초빙교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언론과의 허니문 기간이 시작된다고 한다.
 
허니문은 정부의 초창기 업무에 대한 많은 배려를 일컬음이다. 대개 1년 아니면 6개월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정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다.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화 또는 국내정치에 변수가 생기면 허니문은 당연히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더구나 정치에는 상대방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들의 태도 변화여부가 여러 가지 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명박정부가 취임하고 나서 두 달도 못되어 미국 쇠고기 파동에 얼이 빠졌던 것은 최악의 허니문으로 끝났다.
 
 지금 생각하면 얼토당토않은 유언비어에 현혹되어 놀아난 국민의 입장이 우습게 되었지만 이를 제대로 일깨워주지 못한 이명박정부에게 그 책임의 절반은 있다.
 
이명박은 대선사상 최고최대의 격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오만에서 헤어나지도 못한 채 ‘광우병’ 쇠고기로 몰아닥친 폭풍우를 이겨내지 못하고 정권초기의 호기(好機)를 흘려보내고 말았다.
 
이로 말미암아 이명박은 5년 동안 야당의 흔들기에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임기를 마쳐야 했다.
 
박근혜정부는 인기가 떨어진 정권의 뒤를 이어 천신만고 끝에 승계를 이뤘다. 집권과정은 대단히 불리했다. 야당의 문재인은 안철수와의 치열한 경합을 거치면서 얼렁뚱땅 양보를 얻어내 후보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둘이서 경선을 치렀더라면 누가 후보가 되었을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안철수의 경쟁력이 문재인보다 앞선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얘기다.
 
 그는 정치적 능력이 입증된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과 청춘 콘서트 등에 힘입어 막연한 인기를 누렸고, 지금은 야당 공동대표로 지방선거의 시험장에 서있다.
 
그가 정치적 고비 때마다 양보와 포기를 거듭하여 이름을 패러디한 ‘철수 정치’의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아직 단정하기에 이른 미지수 정치인임에 틀림없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탄생한 박근혜정부는 취임 1주년을 전후하여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가장 높은 인기도를 유지하면서 탄탄한 정치기반을 구축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것은 대개 선친이 남겨준 유산의 덕분임을 깨닫지 못하면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좌파정권 10년에 대한 보수우익세력의 반발이 박정부에게 큰 힘이 되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박정부의 높은 인기는 정책 실현이나 국민과의 소통에 따른 자연 발생적인 인기가 아니라 과거정권과 좌파세력에 대한 강력한 비판세력이 박근혜정부의 우군이 될 수밖에 없는 객관적 여건이 조성되어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정부는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대통령 개인의 표피적 인기에만 연연하고 낙관하는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터진 것이 세월호 침몰사건이다.
 
 선박 침몰사고는 다른 나라에서도 수없이 터지는 일이다. 우리의 기억에 생생히 전해지는 큰 사고가 타이타닉호의 침몰이다.
 
 이미 100년 전 일이지만 영화로 재현되어 많은 이들을 울렸다.
 
특히 어린이와 여성을 우선적으로 하선시킨 선장의 명령은 배가 침몰할 때 취해야 할 뱃사람들의 모범답안으로 전해진다.
 
 세월호 선장이 승객을 버리고 맨 먼저 도망친 비겁한 행동은 한국의 위신을 한없이 추락시켰지만 이제부터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이번 사고는 승객의 대부분이 고교 수학여행단어서 더 충격이 컸다.
 
 사고수습을 해야 하는 정부의 어설픈 판단은 결국 그 원인이 ‘관피아’에 있었음이 드러났다.
 
고위 공직자라고 하는 사람들의 처신이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모든 책임은 대통령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관피아를 용인한 것도 정부요, 양산한 책임도 정부에 있다.
 
 관료출신들이 퇴직 후 관계협회 등 유관기관에 취업하여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것인데 이는 법조계에서 ‘전관예우’라는 이름으로 일찍부터 말썽이 되어왔던 사항이다.
 
 군인출신도 마찬가지다.
 
 안보, 정보, 국방, 보훈 등 주요기관의 장은 모두 군 장성 출신 아니면 아예 거들떠보지 못하는 자리가 되었다.
 
모피아라는 경제부처 출신은 큰소리칠 수 있는 핵심이 된다.
 
 이들의 기용이 과거 정권에서부터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박근혜정부에서 더욱 심해진 느낌이 드는 것은 이번 사건에서 극적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대통령은 이 사건을 계기로 관피아의 적폐(積弊)를 일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져야만 올바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것만도 못하다.
 
 김대중은 “나는 거짓말을 한 일이 없다. 다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뿐이다”라는 해괴한 말을 남겨 지금도 비웃음을 사고 있다.
 
박근혜 역시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는 참다운 인재등용의 발상을 할 수 있어야 관피아와의 치열한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나 독일처럼 법과 제도로 확정하지 않고서는 결코 기득권을 박탈하지 못한다. 정부수립 이래 지금까지 지속되어온 나쁜 폐단을 한꺼번에 쓸어버리지 않으면 다시 기회를 붙들 수 없을 것이라고 충언한다.
 
 내 손발을 먼저 자르는 과감성으로 새롭게 빛나는 정권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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