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에게 줄기세포 연구를 허하라

이영노 | 기사입력 2014/03/06 [15:00]

황우석에게 줄기세포 연구를 허하라

이영노 | 입력 : 2014/03/06 [15:00]

 <기고> 전  대  열 (전북대 초빙교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을 쓰지 않는 사람은 없다.

세월이 흘러가면 많은 것이 변하게 마련이다. 팔팔하던 성격도 누구려지고 힘차던 목소리도 어느덧 가라앉는다. 울울창창 거대한 가지를 뻗던 큰나무 역시 태풍이 한번 지나가고 나면 삭정이만 남기도 한다.
 
사람의 생각도 많이 바뀐다. 이념적으로 진보를 제일의로 삼던 젊은 청년이 나이가 들면서 보수가 되기도 하고 부와 출세만을 지상의 목표로 삼았던 이들도 어느덧 세월의 흐름에 따라 현실적 생활인으로 변모한다.
 
우리는 10년 전 ‘황우석박사’라는 신화를 만났다. 그는 서울대 수의대 교수로서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로 유명세를 탔다. 그냥 유명한 정도가 아니라 이 연구가 완성되면 인간의 질병 중 대부분이 근본적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꿈이 실현될 것이라고 하여 모든 국민이 그에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을 표했다.
 
그는 실제로 복제견(複製犬)을 성공시켜 아무도 의심할 수 없는 원천기술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정부에서도 황우석 한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금방석에 앉힐 것처럼 대우하면서 그의 성가는 하늘을 찔렀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김연아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드높았지만 그것은 스포츠 스타에 대한 당장의 인기일 뿐 황우석처럼 과학을 내세운 내면적이고 영구적일 수 있는 진지한 것은 아니었다.
 
황우석은 오직 줄기세포 하나로 전 세계 의료계의 주목을 받았고 그의 선진연구에 국민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황우석 자신도 지나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에 대해서 큰 부담을 느꼈던 모양이다.
 
그는 과잉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서 세계 유명 과학지에 발표하는 논문에서 배아 줄기세포 사진을 중복 사용하는 오류를 저질렀다.
 
과학은 실증(實證)으로 인정받는 학문인데 황우석같은 과학자가 이를 놓친 것은 천려일실이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하여 하루아침에 사기꾼으로 몰렸으며 엉뚱하게도 과학연구 실적이 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딱한 입장으로 몰리게 되었다.

그에게 닥친 수난은 명예의 실추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이룩했던 모든 과학적 성과의 전면 부정(否定)이라는 극한상황에 이르렀다. 아마도 그가 가장 가슴 아파했을 대목이다.
 
과학에 대해서 맹목일 수밖에 없는 국민들은 지금까지 요란하게 치던 박수를 멈추고 황우석을 잊어버렸다. 그러나 그의 실력과 진정성을 믿는 불교도들은 산문밖에 현수막을 내걸고 서명운동을 벌이며 ‘황우석 연구계속’을 외쳤고 외국에서도 그를 초치하여 연구실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믿는 ‘원천기술’이 비록 논문조작 하나로 없어질 수 없다는 확신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이 사건 이후 황우석은 10년 동안 거의 칩거하다시피  연구에만 몰두하면서 꾸준히 새로운 성과를 거둬내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해온 듯하다. 일체의 언론 인터뷰를 사양하면서도 오직 동아일보 허문명기자와 3년 전에 만났고 이번에 다시 인터뷰한 기사가 실렸다. 기사의 타이틀이 우리의 가슴을 칼로 후비는 듯 쩌르르 하다.

“국민께 엎드려 바랍니다.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동아일보가 다시 인터뷰한 것은 지난 2월11일 미국 특허청(USPTO)이 황우석 등 15명의 연구원이 공동명의로 제출한 ‘인간 체세포 핵이식으로 만든 배아줄기 세포주’가 특허등록(제8647872호)되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배아줄기세포 사진 한 장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졌던 황우석은 다시 한번 배아줄기세포로 미국의 특허를 획득함으로서 그의 연구 성과를 과시했다. 이제까지 수많은 수모를 받으며 정부로부터 모든 것을 박탈당했던 그가 오직 과학적 성과로만 말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3년 전에도 카나다에서 특허를 받았지만 국민은 물론 과학계조차 기연가미연가 하면서 얼른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까다롭기 짝이 없는 미국의 특허를 획득한 그의 연구 성과 앞에 모든 시름은 사라졌다.
 
줄기세포에 대해서는 선진 각국이 경쟁적으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한국에 크게 뒤졌던 일본은 황우석파동을 계기로 이미 선진기술의 경지를 개척하고 있는 중이다.

황우석은 서울대에서 파면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그가 한 일은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는 동물복제 연구에 매진했을 뿐이다. 아까운 줄기세포 연구의 선두주자가 자신의 전용기술을 발휘할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것이 누구를 위해서인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기업가는 회사운영에 전력을 기우려야 하고, 군인은 안보 경계태세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며, 체육인은 국위선양을 위한 경기승리에 몸 바쳐야 한다.
 
항차 과학자에게 근본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막대한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황우석은 미국특허를 얻음으로서 일단 줄기세포에 관한 한 실적과 성과를 거뒀으며 어떤 연구를 허가해도 무방할만한 객관적 자격을 획득한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한국과 미국의 특허 시스템은 다를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경과로 볼 때 대동소이하지 않겠는가. 정부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황우석에게 줄기세포 연구에 성공하도록 즉각 연구를 허하고 지원하라. 이것이 미래창조 과학의 길을 활짝 여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한다. 

짱구찡구 14/03/06 [21:16] 수정 삭제  
  전대열 교수님,
이런 나라에 살고있는 제가 한심했습니다.
그런데 오늘,교수님의 글을 읽으니 부끄럽고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고맙습니다.
일송정 14/03/06 [22:29] 수정 삭제  
  누구나 한번쯤 조그만 실수나 큰실수는 할수 있습니다 실수후 반성 과 참회를 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느냐가 아니할까요 실수한다고 다죽여버리면 누가 남아 날까요 ,황교수님도 자존심때문에 지금도 모든것으 내려놓지 못하고 만회를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지 않을가 좁은소견으로 생각합니다 한번의 기회를주어보는 것도 어떨지요 10년이나 지났는데 지금이 가장중요한 시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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