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대 정균승 교수가 본 부동산의 존재와 의미

이영노 | 기사입력 2021/04/14 [20:57]

군산대 정균승 교수가 본 부동산의 존재와 의미

이영노 | 입력 : 2021/04/14 [20:57]

정균승 군산대 교수     ©이영노

군산대학교 경제학부 정균승 교수 

 

영국 출신의 사상가 토머스 페인은 1796년 『토지의 정의』(Agrarian Justice)에서 오늘날 핫이슈로 부상한 기본소득과 유사한 주장을 했다.

 
 "국가 차원에서 기금을 조성해 남녀 불문하고 21살이 되는 모든 국민에게 15파운드씩을 지급하며, 나아가 50살이 넘은 모든 국민에게는 매년 10파운드씩을 지급하는 것이다."

 
페인의 주장에 따르면 본래 토지는 인류의 공동재산이다.

 
그런데 어떤 야심찬 농부가 자연 상태로 있는 황무지를 개간해서 쓸모 있는 농지로 만들었다고 하자.


그 땅은 누구의 것인가?

 
황무지를 농지로 개간했다고 해서 '농부의 땅'이라고 봐야 할까?

 
그렇게 볼 수는 없다.

 

그 농부의 몫은 황무지를 농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추가된 부가가치일 뿐이지 토지 그 자체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개간자가 해당 토지에 대한 소유권까지 행사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페인은 그 소유자가 자연의 산물인 토지에 대해 빚을 지는 것이라고 봤다.


이 불합리한 모순을 타개하기 위해 토지 소유자들에게는 세금을 내게 하고,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그 돈을 나눠 주어야 한다는 것이 페인의 주장이다.

 
 220년 전과 지금의 상황은 달라도 많이 다르다.

 
토지나 자본과 같은 유형의 자본 외에도 공기나 정보와 같은 무형의 자본에 대해서도 가치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공기는 주인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다시 말해 공기는 만인의 것이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나 석탄 등 각종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공기의 질을 악화시키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주범이다.

 
그럼에도 화석에너지 사용으로 생기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은 특정 기업들이 가져간다.

그렇다면 만인의 공동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공기를 나쁘게 했으니 빚을 진 대가로 공기세(탄소세)를 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정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무형의 정보 또한 만인의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개인들의 정보를 이용해 빅데이터로 만들어 돈을 버는 것은 기업들이다.

 
내 소중한 정보를 활용해 돈을 번 기업은 정보이용료에 해당하는 만큼을 빅데이터세의 형태로 세금으로 내야 공정하지 않겠는가?

 
토지나 공기나 정보는 모든 사람들의 것이다.

 
이를 특정인이나 특정기업들이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취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만큼을 세금으로 납부해 환원해야 정의롭지 않겠는가?

 
기본소득의 당위성은 단순히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차원이 아니다.

 
사회적 공동재산의 본래 소유주가 누구인지 밝히고 그들에게 경제적 몫을 적절하게 재분배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오늘날 임금소득에 의존하는 노동자 대다수가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얻는 임금만으로는 가족을 부양하며 살아가기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그런 일자리를 얻거나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비롯하여 실업의 해소를 기업에게만 맡길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때는 정부가 마땅히 구원투수로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21세기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가 고용주의 역할을 해야 하는 시대이다.

 
공무원을 늘리라는 의미가 아니다.

 
정부가 일할 의사가 있고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정부재정을 지원해주는 기본일자리제를 도입하라는 의미이다.

 
1인당 GDP와 같은 양적 개념으로 선진국을 판별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선진국의 기준을 질적 개념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모든 개인이 시민으로서의 기본권과 최소한의 경제적 생존권을 누려야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기본소득과 기본일자리는 21세기 선진국의 표준이 될 것이다.

 
경제적 파이를 키우는 것 못지 않게 그 파이를 공정하게 재분배하는 것이 진정한 선진국의 자격일 것이기 때문이다.

 
뉴노멀 시대를 선도할 역량 있는 국가 지도자와 정치의 세대교체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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